춘천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어요. 맑고 깨끗한 날씨, 맛잇는 음식, 즐거운 시간들. 그 덕분에 또 한 번 춘천에 가기로 했을 때 거부감이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신났달까요.
일상이 지겨워질 때마다 주기적으로 워케이션을 가요. 안 간지 한 달이 넘으면 무언가 허전하고 답답하고 그러죠. 작년 8월에 창업 교육 때문에 한달 내내 춘천에 간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는 교육만 받고 바로 서울에 올라와서 제대로 춘천을 즐길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가는 길부터 머무는 시간까지, 모든 순간이 좋아서 춘천 워케이션을 한번 가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생겼죠. 콘텐츠도 만들 겸 OFO의 엄지, 타미와 함께 1박 2일 춘천 워케이션을 떠났답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춘천에서 메타버스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어요. 미리 신청하면 호텔을 1박에 15,000원으로 이용할 수 있었죠. 지금은 없어서 아쉬워요!)
일단 차를 타고 춘천 도착!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해야 하는 프리워커들인지라, 밥보다 일을 먼저 해야 했어요. 서울과의 거리가 가깝기는 하지만 이동하는 시간에는 일을 할 수 없으니(자가용을 타고 움직였거든요) 1-2시간 정도 일 할 시간이 필요했죠.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니라서 저는 스스로 일하는 시간을 정해 놓아요. 이렇게 평일일 때는 어느 정도라도 일을 하는 편이에요. 일에 대한 예의랄까…? 워케이션을 떠날 때는 더더욱 그렇고요.
춘천 도착시간에 맞춰서 일을 할 수 있는 무료 공간을 찾아 봤어요. 카페에서 해도 좋지만 줌미팅도 있었고,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거든요. 찾은 곳은 모두의살롱이라는 문화센터인데,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었어요. 작은 골목 사이 예쁜 1층 추택 앞에 있었죠. 공유 라운지, 회의실, 별채 등 공간은 이렇게 나뉘어져 있었는데요. 저는 공유 라운지를 이용했어요. 넓은 책상과 의자, 콘센트도 여러 개 있었고 와이파이도 무려 5G라서 일하기엔 최적의 장소였죠.
꼭 공유오피스가 아니더라도 잘 찾아보면 이런 공간도 많은 것 같아요. 일은 딱 2시간만 했어요. 춘천까지 왔는데 일만 할 수 없잖아요, 워케이션을 하기로 했으니 그 다음부턴 춘천이라는 지역 그 자체를 즐기기로 했죠.
그리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밥을 먹으러 갔어요. 춘천하면 닭갈비, 막국수가 생각나잖아요. 제게는 저만의 닭갈비 맛집이 있어요. 춘천 출신의 지인에게 소개받은 혜정닭갈비! 사실 여기 말고 다른 곳도 많이 알려줬는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건 이곳 뿐이에요. 직접 먹어보기도 했고, 너무 맛있어서 고향에 있는 부모님에게도 택배로 보내드렸거든요. 춘천 올 때마다 발도장을 찍는답니다. 그래서 함께 온 팀원들에게 꼭 맛보여 주고 싶었어요.
가게 이름에 있는 ‘혜정’은 사장님 이름이에요. 지금은 따님이 물려받아서 운영중이고요. 혜정없는 혜정닭갈비지만 여전히 맛은 변함없이 좋고, 현지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았어요. 고기도 투박하고 두툼하고, 양념도 짜보이지만 전혀 안짜고 맛있거든요. 관광객보다는 로컬들이 좋아하는 맛집이랄까? 게다가 사장님도 친절하셔 늘 기분좋게 먹고 나오는 것 같아요. 당연히 엄지도, 타미도 맛있게 먹더라고요.
밥 먹고 쉴 겸 일할 겸 다시 숙소로 복귀. 우리가 머문 호텔은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포함된 호텔 공지천이었는데요. 좋았던 건 하루에 15,000원이라는 가격이었지만, 그보다도 더 마음에 들었던 건 1인 1실이라는 점이었어요. 각자의 생활패턴이 다른 프리워커라서 각자 공간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다들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서 못다한 오늘의 일을 마무리하겠다며 찢어져서 방으로 들어갔어요. 물론 제대로 집중 못한 엄지가 1시간 뒤에 제 방에 찾아오고 그 다음에 타미까지 불러서 TV를 보고 수다를 떨었죠. 다들 일을 못 끝내고 자정이 되니까 “내일 새벽에 일어나서 일할 거예요”하고 방으로 돌아갔어요. 100% 일에 집중을 하기 어려운 것도 워케이션의 단점인 것 같아요. 이걸 어떻게 컨트롤하면서 자신만의 루틴을 가지느냐도 중요하고요.
그리고 정말로 타미도, 엄지도, 그리고 저도 새벽부터 일어나서 일을 끝냈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이정도 정신력과 행동력이 있어야 워케이션을 할 수 있답니다 😅 일하기 싫어서 놀아버리면 워케이션이 아니라 베케이션이 되어버리니까요. 일도 하고 먹기도 먹고, 꽉 차게 춘천에서의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이 글을 쓰고, 이 글을 정리하던 엄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춘천이 너무 좋았다고, 또 가고 싶다고. 그리고 혜정닭갈비를 먹고 싶다고. 쾌청한 여름날 떠난 춘천 워케이션, 모두가 또 가자고 할 만큼 즐거웠지만 모든 순간들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건 결국 닭갈비 하나 뿐이었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