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옥철 문틈에 간신히 발을 얹고 서 있을 때면 유난히도 창원이 떠오른다. 크지도 않고 딱히 멋지진 않은 바다도 있고, 군데군데 산책할 만한 공원도 많고, 편리하면서도 서울만큼 복잡하진 않은 곳. 딱히 뭐가 특별하진 않아도 사람 사는 데 필요한 건 다 있는 그런 도시다. 서울에서는 늘 누군가와 부딪히며 살다 보니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피곤해져 집순이로 지내고 있는데, 그렇다면 굳이 여기 있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태어난 그 곳 마산 스트리트🩵
사실 나는 애향심이 꽤 있는 편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창원 자랑을 괜히 자주 한다. “너네 누비자 아냐? 서울 따릉이보다 우리가 먼저야”, “계획도시가 뭔지 알긴 하냐” 같은 얘기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꺼내기도 하고 (창원 집값도 생각보다 안 싸다는 말은.. 대체 왜 했는지 모르겠지만) 비록 지금 9등이지만 내가 사랑하는 엔씨 다이노스도 있다며 큰소리를 친다. 가장 웃긴건 인구 100만 명이 두 해 연속 깨지면 ‘특례시’ 자격도 박탈당한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하고 있는 내 모습이다. 그런데 그 좋아하는 도시에서 나는 지금 살고 있지 않다는 거다.
부모님도 창원에 계시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도 여전히 거기에 있는데 결국 걸리는 건 ‘일’이다. 내가 하는 디자인 일이 지방에서도 가능한 건지 모르겠고, 어쩌면 지금 내가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은 건지도 헷갈린다. 프리랜서가 된다면 방법이야 있겠지만, 그건 또 전혀 다른 문제니까. 서울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지방에서는 선택지가 좁다. 창원이 소도시도 아닌데 나 마저 이렇게 생각하면 다른 도시는? 심지어 대구, 부산, 광주 등 광역시도 마찬가지다. 정확히는, 선택지가 없진 않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잘 맞는 자리를 찾는 건 어렵다. 결국은 ‘아직은’ 돌아가기 힘들다는 결론에 이른다.
요즘은 ‘워케이션’이 정말로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가끔 해본다. 꼭 이사까지 하지 않아도 지역과 연결되는 방법이 될 수 있으니까. 물론 그런 시스템을 가진 회사가 흔하진 않겠지만 일이 삶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는 걸 체감하면서, 요즘은 내가 원하는 삶이 뭔지, 어떤 환경에서 살아야 할지를 자꾸 되짚어보게 된다. 창원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도 분명한데, 그걸 ‘일자리가 없어서’라고 말하며 미루는 내가 스스로도 좀 밉다. 정말 내가 못 가는 걸까, 안 가는 걸까.
사실 비밀인데 그래서 진짜 제주도로 갑니다 워케이션…
그래서 요즘은 내가 사는 방식, 앞으로 살고 싶은 방향에 대해 스스로 자주 묻는다. 나한테 중요한 건 결국 ‘어디에 있느냐’보다 ‘어떻게 살고 있느냐’일 텐데 그럼에도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나 분위기는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점점 더 느낀다. 창원은 내게 그런 곳이다. 익숙하고 편안해서 ‘그냥’ 좋다는 말밖에 잘 못 하겠지만, 그게 진짜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히려 시간많은 학생 때 보다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는 현 직장생활 때 창원에 더 자주 내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방법이 맞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고, 뭐가 정답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하나 확실한건 나는 언젠가 다시 창원으로 돌아올 것 이란거다. 그런데 자꾸만 지방 도시들이 소멸하고 있고, 인프라가 더 없어지고, 또 인구가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니 이 상황을 어떻게 내가 도울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하다보면 내가 하고싶은 일도 찾고 창원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생각을 하니 요즘 찾아왔던 무기력증이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모든 상경러들에 화이팅을 보내며. 언젠가 모두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삶을 살고 있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