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O에서 콘텐츠와 텍스트를 담당하고 있는 여행기자 8년차 에디터 엄지
"OFO에서는 콘텐츠 기획과 제작, 그리고 주로 텍스트 작업을 맡고 있어요. 여행기자 8년 차로 활동하고 있고, 프리워커가 된지는 도합 4년 정도?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노트북을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닌 일이 많아서 가끔은 길거리나 버스, 택시에서도 급하게 작업하던 경험도 많답니다. 워케이션을 가면 하루에 4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온통 놀고 먹고 여행하는데 쓰는 걸 추구하고 있어요. 👀 "
남해에 유명한 공유오피스가 있기는 하지만 이번에 제가 찾아간 곳은 서상마을의 남해 서상 워케이션 센터예요. 나라에서 운영하고 있는 곳이고, 2024년 초에 오픈해서 아직 사람들이 많이 모르더라고요. 이곳의 장점이라면 '서상마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평일에 찾아가서 사람이 없었던 것도 맞지만, 동네 자체가 워낙 조용하고 한적해서 머무는 내내 마음에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오전에 일을 하고 천천히 장항해수풀장까지 걸어 나가는 시간도 너무 좋았고, 인기 맛집을 웨이팅 없이 가서 식사를 할 수도 있었어요. 이렇게 좋은 곳을 사람들이 왜 안오지? 싶었달까. 잔잔하게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에 멍하니 앉아서 바다와 산 너머로 해 지는 걸 매일 보았던 기억이 나요.
남해 서상 워케이션센터에는 매니저 ‘메리’가 있어요. 처음 오면 그녀가 공간을 소개해 주는데요. 프라이빗하게 가려진 데스크가 홀 중앙에 있고, 각 자리에는 스탠드, 보관함 등이 있어요. 원하면 충전선이나 연결 잭 대여도 할 수 있고요. 모니터도 당연히 이용 가능하고요. 미리 예약해서 사용 가능한 미팅룸, 폰부스, 그리고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공용 주방까지. 커피도 자유롭게 마셔도 되고 간단한 간식도 테이블에 놓여 있답니다. 세세하게 신경 쓴 티가 나더라고요. 아직 이용자가 많이 없어서 조용하긴 했지만 은근하게 노래를 틀어 놓아서 숨막히게 고요한 느낌은 아니었어요. 생각보다 일에 집중도 잘 되고, 마을 식당, 카페랑도 가까워서 접근성은 최고! 게스트하우스도 같이 운영하고 있는데, 조만간 워케이션 전용 숙소로 리모델링 할 계획이라고 하더라구요.
가장 센스있는 포인트는 쿠폰이었어요. 서상마을의 인기 맛집에서 이용할 수 있는 10% 쿠폰이 있었거든요. 리본이 달린 쿠폰을 들고 가서 결제 할 때 내밀면 알아서 사장님들이 할인을 해준답니다. 전 인근에 있는 때깔로무역과 이로숲, 보통날에서 사용했어요. 마을에 서점도 있고, 비건 레스토랑, 카페, 파스타, 햄버거 등 맛집이 많이 숨어 있어요. 어르신들이 사는 이 조용한 동네가, 그래서 주말마다 인파로 북적한다고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때깔로무역 추천. 잠봉 햄을 수제로 만들고 숙성까지 시켜서 판매하기도 하고, 이걸 얹은 오일 파스타 그렇게 맛있더라고요!
어차피 6시면 문을 닫는 워케이션센터 때문에 오후 3시-4시가 되면 슬그머니 카페로 나가곤 했어요. 주로 이용하던 곳은 보통날이었는데요. 아니 이게 창밖 뷰가 멋지니까 노트북 화면을 안보게 되더라고요. 아직도 황금색으로 빛나던 바다와 하늘이 잊혀지질 않네요.
디지털 노예라서 워케이션을 빙자한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인데요. 그렇다 보니까 낯선 곳에서 일하는 루틴이 조금 생겼어요. 사실 외부에서 일을 하는 건 생각보다 자제력, 절제력, 적응력 그리고 집중력을 꽤 많이 요구해요. 바뀐 환경에 금방 적응해서 일할 수 있어야 하고, 일을 안하고 밖으로 놀러가고 싶은 마음도 꾹 눌러야 하죠. 적응하지 못하면 일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요. 전 직업 특성상 시간과 마감에 예민한 편인데요. 모든 업무 환경과 프로세스가 마감일정에 맞춰 움직이는 편이에요. 그러니 시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있죠. 마감일에만 작업물을 잘 전달하면 되는 일이거든요. 이렇게 집, 사무실이 아는 곳에서 일할 때는 일과 여행의 비율과 시간을 잘 나눠야 해요. 그저 놀려고 오는 게 워케이션은 아니니까요. 또, 집으로 다시 돌아갔을 때의 여독도 생각해야 하고요.
그런데 서상마을은, 도심처럼 늦은 시간까지 카페나 식당, 공간 등이 운영하지 않아서 일하는 시간과 여행하는 시간을 잘 조정해야 했어요. 오후 5시면 문을 닫는 곳들이 많다 보니까 오전에 일찍 일어나서 업무를 봤죠. 이때 여행 관련 콘텐츠 브랜드를 시작하고 있었는데요. 하루에 한 시간씩 폰부스에 들어가서 회의를 하고, 나와서 정리하는 일을 반복했던 것 같아요. 오후엔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카페를 가기도 했고요. 아니면 차를 끌고 나와서 주변 관광지를 돌아봤어요. 섬이공원, 사촌해수욕장, 돌창고 프로젝트, 다랭이마을 외에도 미국마을, 동쪽의 은모래비치, 설리 스카이워크, 독일 마을까지. 남해를 한바퀴 빙글 돌았답니다. 이렇게 놀고 돌아온 날에는 저녁에 잠들기 전까지 3시간 정도 더 일을 했어요. 너무 피곤할 땐 그냥 자기도 했지만.. 👀
상황에 맞춰서 개인의 업무 시간과 프로세스를 조정할 수 있다면 워케이션이 더 풍족해져요. 스스로 일하는 시간과 여행, 휴식을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고요.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또한 워케이션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스킬이니 차근차근 영역을 넓혀보세요. 그러나 워케이션이 꼭 모든 사람들에게 맞는 여행의 장르는 아니에요. 나에게 맞지 않는다면 여행과 일을 완벽하게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여러번 경험해 보는 것도 추천!
이러니저러니 말은 했지만 결론은 남해 워케이션 한 번 가보라는 거. 제주도, 맹그로브 고성 저리 가라 할 수 있을 만큼 환경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환벽한 시간이었어요. 단, 혼자보다는 두 명이 더 즐거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