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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아니라면, 언제 어디서나 워케이션이 될지도?” - by 엄지

워케이션의 정의, 이제는 익숙하죠. work와 vacation을 합친 용어니까요. 이제는 모두가 기분 전환을 할 때 워케이션을 떠나고, 여행을 가다가도 노트북을 대뜸 열면 워케이션이라 말하죠. 맞아요.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워케이션이에요. 하지만 때때로 “꼭 어딘가를 가야지만 워케이션일까?”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특히 우리 동네에 놀러온 지인들과 만나 일을 하다 주변을 구경할 땐 더더욱 그렇죠. 중요한 것은 그 순간 일을 대하는 마음과, 일하는 날을 대하는 마음인 것 같아요. 바쁜 날에는 당연히 여행지라도 관광을 할 수 없으니 말이에요. 내가 사는 익숙한 동네에서라도 일하다 놀고 즐길 수 있는 곳들이 아주 많아요. 낯설거나 새로운 곳을 가지 않더라도, 익숙한 장소에 새로운 추억을 쌓는 방법으로 떠나보세요.

여러분은 자신의 동네를 얼마나 알고 있나요?

올 한해 제가 다녀온 곳은 정말 정말 많아요. 한달에 한 번씩, 혹은 그 이상 해외에 나가 있었고, 국내에 머물렀을 때는 진주와 남해, 청주, 포항, 제주도도 갔죠. 툭하면 지인들이 “지금은 어디에 있어?” 라고 묻기도 했고요. 그렇게 오래 떠돌며 워케이션을 하다 집에 돌아올 땐, 부모님이 사는 동네에서 푹 쉬곤 했어요. 맞아요. 이번 뉴스레터의 메인 장소로 소개한 인천 영종도가 현재 부모님이 사는 곳이랍니다. 서울에서 오래 살다가 이사를 가셨지만, 사실 영종도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자주 가던 섬이었어요. 지금이야 차를 타고 인천대교 혹은 영종대교를 건너가지만 당시엔 월미도에서 배를 타고 넘어가곤 했죠.

뭐, 아무튼. 그래서 영종도는 익숙한 곳이지만 뭐랄까. 기분 전환을 하기에 굉장히 좋은 장소가 많더라고요. 영종도 자체가 대중교통이 원활한 편은 아니라 뚜벅이들은 힘들 수 있겠지만 저는 차를 타고 훌쩍 동네를 돌곤 해요. 특히 평일에는 오전에 노트북을 들고 영종도를 돌면서 일하기 좋은 카페들을 찾아보죠. 사실 한 자리에 두 시간 이상 앉아 있는 걸 잘 못해서 제게는 콘센트 갯수가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노트북을 한 번 완충해주는 외장 배터리를 챙기죠. 일을 할 카페를 찾을 땐 책상과 의자 사이의 틈이 아주아주 중요해요. 텍스트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키보드를 두드릴 때 손목과 팔이 편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조금 공간이 넓으면 아주 좋고요.

그래서 귀찮지 않으면 매번 새로운 카페를 찾아서 떠나요. 그런면에서 영종도는 아주 좋은 곳이에요. 주말 나들이객들이 자주 찾기 때문에 예쁘고 새로운 카페가 자주 생겨나거든요. 그러다 문득 맛있는 커피를 발견하게 되면 그만큼 좋은 일도 없고요. 지인들과 함께 찾아가기도 하고, 부모님을 모시고 갈 수도 있고요. 지도에 좋은 장소를 하나하나 발견해서 추가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답니다.

워케이션이 꼭 먼 곳을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저 지금의 일하는 환경을 조금 바꾼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리프레시가 되거든요. 매일 가던 공유오피스나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조금은 불편하지만 맛있고 색다른 장소로 이동을 해도 좋고요. 솔직히 다들 알잖아요? 워케이션을 가서 100% 일만 하고 오는 일은 쉽지 않다는 걸. 그만큼 바쁠 땐 워케이션이 아니라 워크샵을 가야하죠. 👀 그러니까, 제 말은. 지금 사는 자신의 동네에서도 워케이션 기분을 느껴보라는 이야기예요. 혼자가 외로우면 함께 일하며 돌아다닐 친구를 초대해도 좋죠. 혹시 알아요? 오래 살았던 동네에서 새로운 장소를 찾게 될지.

그리고, 기분 전환을 위해 여기저기 돌아보고 싶다면 로컬 플레이스를 찾아가면 되요. 영종도에는 아주 좋은 장소가 많았어요. 일단 회가 맛있고요, 제철 해산물이 있죠. 동네 주민들만 가는 빵집도 있고요 (있잖아요, 그 유명하다는 자연도소금빵은 생각보다 별로에요 🙄), 관광객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오래된 노포 맛집도 숨어 있어요. 그러니까 다들 그런 곳들이 있지 않나요? 그리고 생각외로 그런 장소를 자주 가지 않게 되죠. 익숙하기 때문에 내버려두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한번씩 차를 타고 동네를 훌쩍 돌곤 해요. 영종도에 있을 땐 종종 선셋 포인트를 찾아 떠나죠. 아니면 비행기 이착륙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언덕에 오르거나요.

혼자만 다니기 심심하다면 지인을 초대해 보세요! 그러면 더더욱 익숙했던 장소가 색다른 분위기로 느껴질 수 있어요. 지난 가을에 OFO 친구들이 영종도에 놀러왔는데요. 오랜만에 가던 카페에서 만나 함께 구읍뱃터에서 밥을 먹었어요. 그리고 진공원을 산책했죠. 새로운 추억은 그 위로 겹겹이 쌓이는 것 같아요. 워케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일하면서 여행하는 것, 그외에도 함께 하는 사람만 있어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낯선 곳으로 떠나기 어렵다면 그럴 땐 우리 동네에서 워케이션 기분을 내보세요. 어쩌면 ‘우리’ 말고 친구 동네로 떠나도 재밌겠죠?